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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미카제 아이2p x 현비파2p

그녀의 눈은 검은색이었지만 초점을 잃은 듯 흐리멍덩해서 죽은 생선을 떠올리게 했다. 검은 단발에 깔끔하게 닦인 은색 테 안경, 적당히 혈색이 올라있는 얼굴 뒤로 숨은 그 눈이 누군가와는 너무나 달랐다. 그 눈은 항상 번들거렸다. 느긋하게 베란다에 앉아서 차를 마시다가도 무언가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기름을 부은 듯 타올랐다. 원하는 것 앞에서 그녀의 붉은 혀는 입술을 핥았고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돈을 가졌고 명예를 가졌으며 온갖 사람, 물건을 모두 가졌다. 그녀는 욕심으로 가득 찬 여자였다.

  미카제 아이라는 아이돌과 같은 껍데기를 쓴 남자를 만났을 때 그녀는 손으로 깍지를 끼고 고개를 기울였다. TV에서 보던 아이돌은 그야말로 ‘아이돌’이었다. 반짝반짝 빛이 났으며 그 빛은 자신을 보는 사람들을 이끌 정도의 힘을 담고 있었다. 그런 빛은 그녀 생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다른 존재인 ‘현비파’는 그것을 가졌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고자 했었다. 그럼에도 가지지 못했던 것과 같은 냄새가 났다. 그녀는 그 여자의 빛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저것’이라면 가능하겠다고 TV를 보면서 생각했다. 여러 루트를 통한 조사를 통해 수년 만에 아이돌이 자주 드나드는 곳을 찾아냈다. 어느 과학 연구소라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덤덤히 주소를 받아 적었다. 그녀가 그곳을 찾아갔을 때는 날이 거의 저문 때였다. 어둑한 연구소 건물을 둘러보면서 이곳저곳 살피다가 뒤쪽 문으로 누군가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조금 느린 걸음이었지만 그 사람을 보자마자 그녀의 눈이 번들거렸다. 목표였다.

  빠르게 다가가서 말을 걸려는데 그 품에 안긴 사람이 보였다. 익숙한 패턴이 새겨진 보헤미안룩이었다. 여자를 안고 있는 남자는 머리를 풀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로 드러난 찢겨진 피부 사이로 녹이 슨 색깔의 무언가가 보였다. 걸음이 느리다고 생각했지만 잘 보면 다리를 절고 있었다. 아니, 삐걱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지만 남자는 눈치 채지 못했다. 여자를 내려다보는 시선은 그녀의 눈과 많이 닮아 있었다. 피폐했으며 어두웠고 흐리멍덩했다. 아이돌을 닮은 외모였지만 너무나 달랐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보았을 때 비로소 이 상황을 이해했다.

  “그 여자를 숨겨두려는 거야?”  대뜸 나온 말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녹슨 철문이 내는 소리가 들렸다. 눈과 소리, 찢어진 피부가 아니었으면 그 순간에도 그녀는 목표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그녀는 웃었다.

  “지금 그대로 안고 가면 얼마 안 가서 들키고 말 텐데?”  “알아.”  “그래도 가지려고?”  “가지고 싶으니까.”  “네가 무엇을 가지고 싶어 하는 건지 알겠어.”  그녀가 팔짱을 끼고 다시 한 번 옆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가로등 아래서 아이돌과 같은 얼굴을 하고 품에 안은 여자를 향해 욕망 가득한 눈길을 보내는 모습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늘 거울 속에서 마주하던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앞에 서있는 남자도 똑같았다. 이 여자를 가지기 위해서 범죄마저 저질렀다. 그녀가 목격자라는 걸 알면서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 점도 명백했다. 이 남자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그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

  생선처럼 죽어있던 눈이 아이돌을 보았을 때처럼 다시 번들거렸다. 불에 타오르는 눈동자가 남자를 완전히 잡아챘다.

  “당신, 아름다워.”  “뭐?”

  “가지고 싶어.”

  붉은 혀가 다시 한 번 입술을 핥았다. 그녀의 뇌는 눈앞의 존재를 가지기 위해 활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도와줄게.”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 여자를 가지고 싶은 거잖아? 내가 도와주겠다고.”  “필요 없어. 그렇게까지 절박한 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너무 소중히 안고 있는데? 이 여자의 빛이 가지고 싶은 거잖아. 안 그래?”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나도 가지고 싶었던 것이라서 너무 잘 알거든.”  그녀는 남자를 지나쳐서 앞으로 나아갔다. 얼른 따라오라는 손짓에 남자도 발걸음을 옮겼다. 그 발걸음 소리를 듣고 붉은 입술이 진하게 웃었고 그 위로 혀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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